깊은 밤(暗然) / 淸草배창호
딱, 이맘때면 졸고 있는 전신주 사이로
삿갓 등만 희미하게 어슬렁거리는
게슴츠레 빛조차 잃어가는
도시의 안팎에 거미줄 쳐진 종과 횡으로
반복으로 여닫는 고단한 하루를 누이고 있다
파리한 각과 잿빛으로 맞선
허기진 얼굴들이 누비는
음습한 삶의 여정을 쉬이 드러낼 수 없는
푸른 멍처럼 뭉개진 어둠으로 그려졌어도
지평을 여는 개미들이 거르지 않는 통속을 일군다
보편적인 가치도, 가늠할 수 없는
천정부지의 상승곡선을
기회의 땅으로 꿈꾸는 뿌리 없는 누각과 군중,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의 대열로 사열하고 있는
변천의 숲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여독도 잊은 듯 밤이 꽤 이슥한데도
꺼질 줄 모르는 화려한 야경의 빛살이
분에 넘치는 탐욕의 세상, 정녕 이것은 아닌데,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청초의향기 > 合房의 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 벽 /(推敲) 1-4 (0) | 2016.01.20 |
---|---|
달동네의 애환 /1-34 (0) | 2016.01.05 |
포자胞子 (0) | 2015.04.12 |
호수 (0) | 2015.01.23 |
근하신년 (0) | 201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