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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사랑하는 "소리" 만남에서 이별까지 /2015.10.31.

by 淸草배창호 2015. 10. 31.

사랑하는 "소리" 만남에서 이별까지 / 2015.10.31.

 
2011년 어느 초여름,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사우나를 나와 홈프르스 1층 광장에 커피 자판기 앞을 왔다.
사워 후에 마시는 티타임!
그리고 9시가 되면 홈프르스 매장문이 열린다.
내자와 목욕시간이 달라 언제나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므로
지하 매장 서점코너에 신간 서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침 일과가 되었다.

중소도시인 진주의 홈프르스는 규모가 제법 웅장하고 매장 앞 광장도
건물과 규격을 잘 갖춘 시원스런 매장으로 꾸며져 있다.
평소에 개를 좋아하는 나는 길에서든 어디에서든 마주치면 그냥 쉽사리 지나치지를 못한다.

눈을 맞추거나 웃으며 말을 걸어보기도 하는 버릇이 습관처럼 되었다.
그날 아침에 광장에 서성이는 “시츄”가 보였다.
아무리 애견이 사람을 잘 따른다 해도 그날 아침에 만난 “시츄”는 여느 애견과는 달라
허기에 지친 모습이며 털의 색깔도 윤기가 없는 초췌한 모습이
아마도 저 애가 집을 잃었거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모양새가 완연했다. 

목에 줄이 없었으니 당연히 인식표도 없었고 동내 주의의 집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집을 이미 잃어버린 막연한 안타까움이 딱 이다.

1년 전까지만 하여도 산골에 사는 우리 집에는
진돗개와 풍산 대형 개를 키웠는데
맹인견인 리트리브의 예기치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개를 키우지 않게 되었는데
"시츄"의 우연한 만남이 이렇게 인연의 끈으로 이어지며
처음 보는 만남인데도 쫄쫄 따라다녀 피하다시피 하였는데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돌봐주겠다는 심정으로 집으로 데려가게 되었다.

본래 그 애의 집이 어떤 환경이었는지 모르지만,
어릴 때 중성화수술도 시켰으며 용변을 가릴 줄 알아 어린 강아지는 아닌 것 같았다
모든 환경이 낯선 산골의 생활에서도 잘 적응하였다.

나이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리”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우리 집 반려견이 되었다.
애완견이 처음인 우리 부부에게서 한껏 사랑을 독차지하며 단란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매일 달 목욕을 하기에 혼자 집에 두는 게 싫어
이른 아침 12K의 시내를 오가면서도 함께 데리고 다녔으며
인근 창원과 마산을 다닐 때도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차타는 것을 유별스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단, 식당과 마트나 백화점 갈 때는
차 안에 잘 지내고 있어 대견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츄”라는 견종이 원래 순둥이처럼 순한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보고는 절대 짓는 법이 없어 벙어리인 줄 착각하게 하였으나 
유독 고양이만 보면
왕왕 짓는 모양이 가관이라 함박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반려견이 된 2년 차에 등록하면서 

“소리”의 몸에 원래 등록한 칩이 내장되어 있음을 알았다.
(ZD:410100013269114) 개 이름: 옥수수 품종: 시츄
경기도 수원시 관할 기관 031-228-6373
다행히 동물병원장이 담당 기관으로 전화를 걸어 
“소리”의 생년월일을 알 수 있었다.
2010년 7월 25일생,
원주인은 수원에서 인천으로 이사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왜? 경기도 수원에서
경남 진주에 버려졌는지 아니면 길을 잃었는지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천리 타양인 진주 홈프르스에서 발견 되었으니 
오직 “소리”와 관련 된 주인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귀염을 받으며 3년을 건강하게 보냈으며 징검다리 역활로 충실하게
가족의 단란을 가꿔온 4년 차에 접어든 올해,
피부질환으로 귀털과 꼬리털이 차츰 빠지기 시작해서 
양쪽 귀에 뜯긴 자국처럼 찢어진 상처가 생겼다.

오랫동안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하였으나 도무지 낫지를 않는다.
달맞이꽃 기름을 짜고 난 달맞이 깻묵이 
피부질환에 좋다는 말을 듣고 기름집을 수소문하여
어렵사리 구해 맛사지 하듯이 
매주 목욕시킬때 희석하여 몸 전체를 문질러 주었으나 별반 효과는 없었다.

마을 도로변에 단독 주택이고 보니 
4년간 동고동락을 하면서, 3번의 가출로 애간장을 녹였다.
본래 주인에게서 가출이었는지? 버렸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칩 대신 목걸이용 전화번호, 이름, 주소를 메달에 새겼는데 꼭 우연은
메달을 착용하지 않았을 때 일이 일어난다.

그날도 새벽, 2시 30분에 생리적 현상을 위해 "소리"가 나갔다.
늘 들어오는 시간이 일정한데 
30분이 넘어도 들어오지 않으면 종전에도 그랬듯이,
동내를 찾아 나서게 만든다.

애완견의 단점이라면 집을 나와 무작정 앞만 보고 가기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집을 찾지 못하고 잃어버린다는 거,
벌써 서너번의 파란을 겪었기에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한편으론 늘 함께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반려견은 자기 집 차 소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2k 반경 안을 내자와 번갈아 차로 돌고,
또 걸어서 플래시를 비추며 아침 6시까지 찾아 헤맸다.

왜, 눈물이 나는지.
이미 3시간이 넘었으니 과연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애완견은 가출 2시간이 넘고 나면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일반적인 상례로 알고 있기에 더욱 안절부절이다.
날이 환히 샜다. 
내자가 다시 윗동네로 차를 몰고 갔을 때,
현관문밖에 온몸이 수채(하수구)에 빠진 "소리"가 돌아왔다.
시궁창에 빠졌으니 몸꼴이 엉망 진창이 되어 있었다.

시력 저하 관계로 수채에 빠져버렸는데 
날이 훤히 밝아서야 나올 수 있었는가 싶다.
우리 "소리"는 고양이를 보면 짓을 줄 알아도 
그 외에는 어떤 어려움이 주어져도
짓을 줄을 모르는 게 큰 문제이고 단점이였다.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목 주위와 아픈 왼쪽 눈이 심상치 않았어도
비록 우리 집 평화를 다시 찾아 기쁘고 무사히 돌아와 주어 감사하고 대견하지만
최적의 환경인데 “소리”의 활동 반경이 넓어 
언제 눈을 다쳤는지 모르고 2~3일 경과 후,
눈이 이상하다 싶어 다음날 병원에 갔다.

먹는 약과 안약을 꾸준히 치료를 하였으나 약물에 대한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
이미 병이 깊을대로 깊어져 
“소리”의 주치의는 안과 전문인데도 불가항력 같은 불치의 병,
경상대 수의학과는 상당히 권위가 있다.

수의학 교수를 지낸 병원을 찾았으나 
“의학사전에는” 약이 no라는 영문이었다.
“자가 면역성 질환(루푸스),
자가 세포 조직을 파괴하는 질환이 
여기저기를 공격하였으니 하루가 다르게 그 고통은 엄청나
끝내 두 눈을 실명케 하였으며 차츰 관절마저 정상이 아니었다.

병과 사투하는 작은 몸이 식욕조차 잃어서 2~3일씩 굶기가 일쑤였고
몸은 야윌 대로 야위어 피골이 상접하여 눈에 띄게 불거졌다.
반려견으로 생활해온 지 어언 4년, 그동안 기쁨과 행복으로 널 키웠지만,
아무것도, 어찌해 볼 수 없는 극한의 상항이 한없이 슬프기만 한다.

하루하루 고통에 시달리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2.3일 전부터 밤잠을 설치며 앓고 있다.
이제 할 수 있는 데까지 다해 보았으니 여기까지가 우리와 너와의 한계인가 싶었다.

너를 보내야만 하겠다는 마지막 밤,
앓고 있는 너를 품에 안고 밤잠을 함께 설쳤다.
너를 향한 반려의 집착에서 
이제는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도리이고 의무인 것 같아서
10월의 마지막 밤을 
3일 앞당겨 28일 정오 12시 20분에 안락사를 시켰다.

고통을 덜게 수면마취로서 
고요히 이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속울음을 삼킬 수 없어 하염없이 울었다.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동고동락한 그 짧은 행복과 기쁨이 
오직 슬픔의 눈물로 널 배웅할 수 있는 게 전부였으니.

“소리야!
다음 생에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에 태어나라고 기도했다.
건강한 너를 다시 키우고 싶다고 기도했다.
비록 우리의 인연이 너무나 짧았지만, 한없이 행복했노라고!
집 앞, 텃밭 영산홍 나무 앞에
체온이 떨어질 때를 기다려 저녁 6시경 묻었다.

네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도 커서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프게 에인다.
너를 기리면서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 글로서 작별을 고하려 한다.

사랑하는 “소리”야!
네 있어 한없이 행복했지만, 
이제는 너와의 슬픈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소리"야 안녕!
2015. 10. 31.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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