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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아듀!

by 淸草배창호 2018. 12. 30.

아듀!
2018년이여!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헤맨 한 해가 되었으니
울컥 솟구치는 무술년 12월의 그리고 마지막 날,
덧없이 더해가는 연륜 앞에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온통 옭아매고 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남은 세월이 그리 많지 않은
고만한 나이에 들었음에 감사할 일이지만,
삶을 뒤돌아보지 못한 자신을 돌이켜보니 부질없고 허망하기만 하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뭘 하고 살았을까?
이룬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건가,
참 미안한 것이 너무 수두룩해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다.

 

올 1월 초에
응급으로 심근경색으로 심장 수술을 받았다.

가슴 개복 수술을 받은 지 6개월째에
수술한 혈관에 이상이 있어 응급으로 다시 스탠트 삽입 수술을 받았다.

 

저마다 타고난 운명처럼 삶의 궤적이 평탄할 수 없겠으나
죽음 직전까지 한 해에 두 번을 겪고 보니 생명의 끈질김에 감사하다는 생각보다
온통 회의감에 먹먹한 심정일 뿐이다.

 

두 번의 응급 수술도 모자랐는지,
동짓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혈뇨가 몇 일째 와인 빛깔이라 경대 병원을 찾았다.

 

심장 수술을 받은 병원이기에 CT 영상으로 방광에는 특이사항이 없어
약물 처방으로 2주 후에 내원하여 검사하잔다

항생제 복용 이틀 후,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옆구리가 칼로 찌르는 고통이 왔다.


또 119를 불러야 하는지 멘붕으로 뇌리가 하얗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통증이 고요하게 잦아들어 요로 결석이 아닐까
일단은 다행이다 한숨을 내쉰다.

심근경색 수술을 받고서는 일반 병원 내원조차 할 수 없다.


약 처방과 더불어 설명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어
비뇨기과조차 본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형국이니 참으로 난감 하다.

 

올 해에 치과에서 3개의 치아를 뽑았고
발치 중에 2개의 치아는 임플란트 2차 시술까지 대체 약을 처방받아
엊그제 28일에 마쳤으도 해를 넘겨 진행형이다.

 

올 한 해의 기억은 고통과 병원이 전부이고 보니 삶의 항로가 순탄치 않은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아무리 굴곡진 인생사라 한다 해도 ,
이토록 주검의 문턱을 헤매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절친한 지인 중에는 주역에 해박한 선생이 계신다는 게 문득 생각나
안부 인사 겸 난망한 처지를 여쭈어보았다.

 

주역 상으로 갑진생(甲辰生)인 나와 무술년은
앞과 뒤가 모두 충극(冲剋)으로 이루어져 극해하는 해운이라서
기해년 입춘 절기까지 조심, 또 조심하라는 전언이다.

그나마 살아 있음에 다행으로 감사해야 할 운세라 하니
더는 무엇을 논하고 할 형편이 아닌 것이라 여긴다.

일생, 몸에 칼을 댄다는 게

한 번이면 충분할 텐데 세 번을 채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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