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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의향기141

세한歲寒의 밤 / 3 - 78 세한歲寒의 밤 / 淸草배창호 그믐밤이 초승달을 재촉하고 삭풍에 내맡긴 눈꽃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도 환한 네, 일탈이면 어떠냐며 방점傍點을 찍었다 이별은 만남을 위한 준비라지만 심연深淵에 잠긴 질곡을 처마 끝 외등처럼 걸어두고 싶어도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도 짧아 떼려야 뗄 수 없는 빛과 그림자처럼 져버릴 수 없는 몹쓸 정을, 시간과 조류는 기다려 주지 않는데 날 새면 홀로 멀어져 있는 통정通情하길 바라는 마음인데도 내 안에 직관이 꿈적도 하지 않으니 꽃이리라면 어 이하래! 눈꺼풀만 하얗도록 무겁다 "꽃이리= 꽃이 필 무렵" Autumn Leaves / Eva Cassidy 2025. 2. 1.
눈보라의 전음傳音 / 3- 70 눈보라의 전음傳音 / 淸草배창호 낮달이 푸념을 늘어놓은 것인지 무슨 사연이 그토록 밤낮도 잊었든가 일순, 진눈깨비의 강과 바다를  밀어내치는 온통 모순의 잿빛투성이다 풍향을 되돌리려는 과녁을 향한 조류는, 앞뒤도 없이 호도하는 단면을 보니 이미 사선을 넘고 바닥의 민낯까지, 곡절의 시시비비조차 삼켰다 게눈감추듯 무엇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체 냅다 움켜쥔 속내를 보라! 뒷걸음치지 않는 시간 앞에 취기의 망상에도 싸리비 내리듯 사분오열四分五裂하는 취설吹雪,마중물로 다가올 기대치라 한다지만 켜켜이 쌓아 올린 얼마저    뿌리조차 흔들리는 회한의 멀거둥이는 바람이 전하는 속내를 얼마나 알고나 있을까. "멀거둥이 白痴의 방언" Various Artists - Into SilenceVarious Artists - I.. 2024. 12. 19.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 3- 66 저물녘 내리는 이 비는 /淸草배창호  가시라는 가랑비가 내립니다 저물녘을 적시는 이 비는 산자락 단풍 물결의 풍치마저  바람이 휘젓는 낙숫물처럼가랑잎으로 달랑이는 저 한 잎마저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듯이 해 저문 어스름 길에 들고 보니 처연한 애끓음 차마 어이하랴 꿈에 부풀었던 한 소절素節도 상고대 핀 입동立冬에 닿아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 오늘이 뒤안길로 마침표 찍을 때어제의 누군가는 옛사랑이 되었습니다가랑가랑 추적이는 이 비처럼 못 잊어, 못내 떠나보내야만 하는부슬부슬 소슬한 눈물샘이 되었습니다소절素節 . 명사‘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Claude Ciari - Yogiri no SilhouetteYogiri no Silhouette - Claude Ciari 2024. 11. 17.
山菊, 저문 가을에 / 3- 65 山菊, 저문 가을에 / 淸草배창호    서늘한 한기가 삭신에 닿는 새벽녘, 뿔뿔이 맺힌 이슬을 붙들고 있는  노란 꽃 머리에  서리가 하얀 상투로 앉았다 입동의 문턱에서 뒤안길로 향하는 만추,관조에 든 시절 인연이 파동치는데도 밤새 어엿이 운을 띄운 고즈넉이 시구詩句로 재탄생한 볼수록 빼어난 네, 실금처럼 처연히 스며든 山菊의 향기는 상고대 핀 도도한 시린 날밤도하시라도 품고만 있었으니 묵묵한 세월 쉬이 물리지도 않았을까, 어찌 흠모로 빚지 않을까마는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나눔이라는데늘 입에 달고 사는 지겹게도 가랑가랑 눈에 콩깍지 씌었는지 모르겠다 Kevin Laliberte - El Ritmo De Amor "꽃말은 순수한 사랑"Kevin Laliberte - El Ritmo De Amor 2024. 11. 12.
억새 평전平田 / 3- 64 억새 평전平田 / 淸草배창호 산 능선, 은빛 모래톱이 출렁인다 깊어지는 가을 찬 서리에  가슴 졸이는 독백獨白의 날밤이지만 이내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니 바람에 내맡긴 하얀 꽃무릇, 신들린 나부낌이 슬프도록 찬연하다 생을 다한다는 건 지극히 슬픈 일이지만 억새다운 윤회輪廻의 쳇바퀴인걸림 없는 인연의 끝이라 해도 검붉게 여물은 호시절에서 빚은그윽하고 선선한 달빛을 마시는맑고 서늘함은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다 하마 바람도 따라갈 수 없는 집착조차털어낸 이내 대궁으로 사위어 가면서도 발자국조차 읽을 수 없는 홀씨 된 마음, 기약 없는 먼 훗날을 뒤 남기고 눈꽃으로 핀 그리움일랑 바람에 띄웠으니 그래도 눈이 부시도록 저문 가을아!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 Harmony Highwa.. 2024. 11. 7.
구절초 / 3- 63 구절초 / 淸草배창호 소슬바람이 한 소절씩 지나칠 때면 취하도록 깊은 울림이라서 이 한철만의 산야에는 그윽한 운치가 산자락에 눈만 흘겨도 지천으로 잔잔히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히 절색은 아닌데도 입동을 지척에 둔 오롯이 상강霜降의 찬 이슬 머금은 채 티 내지 않아도 차마 삼킬 수 없는 고즈넉한 만추滿秋의 사색으로  아낌없이 품은 그리움을 놓고 있는 구절초!  붉게 물든 낙조에 눈시울 붉힌 행간마다    엄니의 여민 하얀 옷고름처럼 눈길 닿는 곳마다 흉금 없는 회포를 풀어 넘치도록 아련하기만 한 연민의 자태여! 갈바람에 이내 떠나갈 사랑이라도   천혜天惠의 꽃머리, 애틋하고도 곱습니다 УХОДЯЩАЯ ОСЕНЬ композитор Сергей Грищук나가는 가을  /작곡가 세르게이 그리스척 구절초의 꽃말.. 2024.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