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유월의 비 / 淸草배창호
밤꽃의 알싸한 향기는 흐드러졌고
밤새 이파리를 쓸어내리는 유월의 비는
외로움에 굶주린 목마름을 풀어주는
단비인 줄만 알았는데 무임 승차하듯이
분토로 돌아가는 감내할 수 없는 그 순간까지도
애통해 그칠 줄 모르는 눈물비가 되었다
작금의 백세시대라 해도
때가 되면 어련히 떠나야 하는 것을,
파 뿌리가 되려면야 아직은 살만한 그만치인데
슬프고 궂은일도 한때이고
기쁘고 잘나가던 때도 다 한때인 것을,
정녕 정해진 운명의 질서인 것을 몰랐다
학창 시절부터 함께한 벗을 떠나보내면서,
창동 불종거리를 배회하다
조촐한 버들 국숫집을 자주 찾았으며
예술촌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제목 없는 얘깃거리로 해 지는 줄 모른 게 다반사였는데
이렇게 추억의 뒤안길이 쉬이 될 줄이야,
장맛비로 추적이는 유월 비와 함께
생이 다해 홀로 왔다 외롭게 가는
둥지 잃은 산 뻐꾸기처럼,
어느 때인가 담담히 안녕을 고할 수 있는
인생이 한낱 꿈에 불과한데도 가슴 저민
빈 메아리만 허공을 맴도는 그리운 그리움이여!
안단테- 그녀의 눈물
'☆청초의향기 > 사색의 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탈擺脫한 강물의 바라기 / 3- 49 (4) | 2024.07.14 |
---|---|
편린片鱗(推敲) / 3- 47 (3) | 2024.07.02 |
송홧가루 / 3- 36 (2) | 2024.05.01 |
바람벽壁의 절규 / 3- 35 (4) | 2024.04.20 |
창窓이 연鳶이라면 / 3- 18 (4) | 2024.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