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화紫薇花 연가 / 淸草배창호
바람이 훑고 간 옹이의 자국마다
물안개 낀 이끼의 세월을
지문처럼 새길 때면 수런수런 번지는
회상의 그리움이 가지마다 무등을 태우듯
가고 옴을 알았는지 처연히도 흐드러졌다
초하初夏에서 시작한 빛과 그림자처럼
삶의 염원이 실로 눈이 부신 데도
꽃이야 열흘이면 제 몫을 다하는데
간절한 소망이 기억되는 절실함조차
어찌 다 같기야 하겠나 마는
외로움도 하마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그렁그렁한 연민을 놓고 간 딱, 그만치지만
치성이면 어떻고 감성이면 어땠을까,
속엣말도 터놓을 수 있는 꽃의 숙원이
홀로 견뎌야 했을 꽃술을 파먹은 집착처럼
백날을 더할 수 없이 그윽한 설렘으로
달무리 같은 상념에 취해서
저물녘이 다하도록 베푼 시절 인연의
속 뜰조차 일탈하는 자미화紫薇花
파도가 있어 둥글어 가는 조약돌처럼
"목백일홍(배롱나무) 한자로 자미화(紫薇花)"
"꽃말= 부귀
Sergey Chekalin - Autumn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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