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의 선영線影 / 淸草배창호 2- 87
내 안에 음각된 오늘이 오기까지
뿔뿔이 맺힌 이슬을 짓밟으며
불볕에 턱까지 차오른 숨비소리에도
봉숭아 물들인 가지마다 꽃을 피우니
늘어지도록 흐드러진 네,
바라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떨립니다
환영이 일렁이는 서리 낀 동공에
핍진하게 빗금을 그어 놓았으나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엉킨 그리움의 뿌리
억지라도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종잡을 수 없는 상흔의 저편이 되었습니다
낡고 찌들은 흑백 필름처럼
어쩌다 깊은 들숨을 들이마시며
온몸을 전율케 하는 소리의
행간을 채워나가는 이슬을 탕진하듯이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
그림자 닮은 바람이 되려 합니다
연필로 쓴 퇴색된 글씨처럼
이 여름이 다 가도록 기다려야 한다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기에
늘 오늘처럼 백날을 예지토록 피우는
만감이 애끓은 통곡일지라도
그윽한 선영線影이 될 것입니다
Over Valley And Mountain / JAMES LAST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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