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갑의 줏대(녹슨 기찻길처럼) / 淸草배창호
꽃잎이 질 때면
한없이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세월 앞에 속수무책이라는 걸 알았다
갈바람에 굴러간다는 건,
가랑잎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는데
철새처럼 처신하는 풍토병이
시대의 변천에도 만연하고 있다
하시라도 그 자리에
꽃이 피고 지고 하는
생존의 순응에서 아낌없는 찬미를 낳았건만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조차 없으니
까마득히 잊고 살 수밖에 없는
오늘도 기약 없는 긴 이별의 징표 아래
한 닢 꽃의 생애는 묵시적 예를 다하여
주고 가는 여정인데,
아무럼이면 어떨까,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감고 걸어보니
이렇게도 따스한데 품 안에 넣고만 다녔으니
왜 영혼을 팽개치고 사는가,
휘둘리지 않는 대쪽 같은
심지가 참으로 그리운 세상이다
부끄러운 줄 알고나 있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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