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 이 한철에는 / 淸草배창호
맹위를 떨치는 이 한철에는
한줄기 소나기가 금쪽같이 그리울 테지만
달맞이꽃,
그렁그렁한 안부도 사치라는
풀뿌리의 억척을 그대로 닮았을까
밤낮이 바뀐 줄도 모르고
홀로 품어 안고 삭혀야만 했을
애수哀愁에 젖은 네,
차마 안쓰럽기만 한데도
오직 말없이 사랑하는 까닭에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노랫말처럼
한낮엔 풀죽은 여린 네 모습이지만
네 생애 속에 뛰어든 백야白夜에는
애써 감출 수 없는 이 화색을 어쩌랴,
동동 한밤을 지새운 망부석처럼
희뿌연 사위가 그저 나 몰라라
소나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신음하는
대궁의 속뜰이 동트는 것조차 서러워
새벽이슬 정인의 눈물 되어 구르는 것을.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소곡 / 2- 7 (1) | 2022.09.27 |
---|---|
상사화相思化 / 2- 6 (0) | 2022.09.20 |
배롱나무, 백일의 언약도 / 2- 4 (0) | 2022.08.29 |
불볕의 어느 날 / 2- 3 (0) | 2022.08.29 |
꽃노을 / 2- 2 (0) | 2022.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