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編(( 시마을)濛雨

하얀 겨울밤 /교정6

by 淸草배창호 2021. 12. 6.

 

하얀 겨울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배불뚝이 만월이
졸음 겨웠는지 칠흑을 배회하며
장막을 치는 별 무리조차
처마 끝 날 선 고드름이 되었습니다

 

상고대 핀 가지마다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담금질하고 있으니
모호한 광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으나
사방이 이미 눈멀었으며
속절없이 마음마저 동결된 사투의 연속입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마지막 한 잎조차 떨어진 교목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에 으스러진
억새의 침묵이 눈물겨울 뿐입니다

 

허허벌판에는 밤새 훑이고 간 흔적들만
하얗게 내려앉아
송곳니 같은 한기는 분신을 쫓고 있어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詩編(( 시마을)濛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풍지 /교정8  (0) 2021.12.20
겨울 꽃 /교정7  (0) 2021.12.13
아마도 /교정5  (0) 2021.11.30
낙엽이 가는 길 /(교정.4)  (0) 2021.11.24
은발의 억새야! /(교정.3)  (0)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