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억새야! / 淸草배창호
홀씨 하나이고 있는 가냘프기만 한 네,
바람이 스치기만 하여도
이별을 예감한
이내 후회 없이 주고 갈 사랑이라는데
미어지도록 속울음 삭히었으니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지만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수수방관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도
잉걸불의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자기 나름의 꽃을 피우고
훌훌 벗어버린 섶 대궁에
잡아둘 수 없는 막다른 사랑의
속 뜰을 쉴 새 없이 휘날린다
어찌 이름조차 억세다고 불렀는지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대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의 보답일까,
누울 때를 알고 일어설 때를 아는
혼신을 다한 살풀이를
이 소절 素節을 뒤 남겨 놓고 간
상념이 깊은 시름에 들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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