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밤 / 淸草배창호
아린 바람이 대숲을 마구 휘젓고 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배불뚝이 만월이
졸음 겨웠는지 칠흑을 배회하며
장막을 치는 별 무리조차
처마 끝 날 선 고드름이 되었습니다
상고대 핀 가지마다
시린 밤이 얼고 녹기를 담금질하고 있으니
모호한 광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으나
사방이 이미 눈멀었으며
속절없이 마음마저 동결된 사투의 연속입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마지막 한 잎조차 떨어진 교목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에 으스러진
억새의 침묵이 눈물겨울 뿐입니다
허허벌판에는 밤새 훑이고 간 흔적들만
하얗게 내려앉아
송곳니 같은 한기는 분신을 쫓고 있어
툇마루에 내리쬘 한 줌 볕이 참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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