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 길 / 淸草배창호
바람서리로 보낸 세월만큼이나
덕지덕지 인적 끊긴 황톳길은
발붙일 엄두조차 덤불이 되었다
쪽지어 낼 묵은 사연이 그리도 깊었을까
풀어헤칠 소회가 많았어도,
송화松花의 분칠이 지천을 이루는
지금도 양달의 잔솔밭에는
서리 맞은 귀밑머리 대궁에다
솜털 같은 옛이야기를 이고 있는 할미꽃,
입하를 지척 간에 둔 봄날은
변신에도 능해서 덩달아 어지럽다
묵은뎅이 된 재 넘어 시오리길,
속 뜰에 꿈틀대는 그리움이
보란듯이 아카시아처럼 톡톡 터졌는데
먼눈팔다 채인 발가락
눈물 나도록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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