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러 / 淸草배창호 동장군의 서슬 퍼런 위세가 가당찮아 야멸차게 연일 얼려대고 콕콕 찔러댄 앙칼진 성질머리에 밤새 날 선 얼음장 아래서도 때 되니 옹알거리는 겨울만의 운치가 송송하다 남풍이 오래면은 아직도 감감한데 때 이른 설렘 같은 입에 발린 짓거리가 양달 가에 솔 갈비 뒤엉킨 너덜너덜한 황톳길처럼 얼었다 녹았다 산등성 애간장을 태운다 하시라도 불 테면 불어라 얼마 남지 않은 이별을 예감할 수 있다면 살을 에는 골바람 뼛속까지 시리다 해도 다가올 봄바람을 맞이하라면야 기꺼이 당차지고 싶은데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는 바람이 인다 이내 풀물이 들 테고 물소리에 선잠 깬 갯버들 속정 깊은 내 임을 닮았다면야 쉬엄쉬엄해도 함초롬히 보조개 핀 봄을 맞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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