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無知 / 淸草배창호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도 얽매임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처럼 모두 분별의 굴레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 앞뒤 생각도 없이 사려 깊지 못한 무의식이 아집으로 똘똘 뭉쳐 행간을 잃었으니 진국이라는 참사랑도 모를 수밖에 바람 빠진 풍선 뒤꽁무니 빼듯 나앉아 짐짓 눈에 보이는 게 허당인데 세뇌당해 휘둘리고 있음에도 모른다는 것은 허물이고 책잡힐 일이다 마음 벽 쌓지 말라는 양식의 소리에 귀 기울어야 함에도 틀에 박힌 관념이 터부시를 일삼고 갈팡질팡 지혜롭지 못한 탓만 나무란다 가만 생각을 돌이키면 말짱 도루묵일 것 같아도 눈먼 사랑도 아름답긴 매한가지인데 억구億舊스럽게도 아는 게 없어 낙조에 서성이는 흠결 많은 이내 마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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