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비 / 淸草배창호 밤새 비가 내렸다 밤꽃은 흐드러졌고 이파리를 쓸어내리는 유월의 비는 외로움에 굶주린 목마름을 풀어주는 갈음인 줄만 알았는데 뻐꾸기 둥지마저 적셨다 네가 떠나는 날, 이별을 감내할 수 없었는지 하염없는 빗물은 밤을 지새우고도 받아들일 수 없는 슬픔이 한 줌의 재가 되어 분토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서러워 속울음을 토하는구나, 아직은 살만한 딱 그만치인데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것을, 슬프고 궂은일도 한때이고 기쁘고 잘나가던 때도 다 한때인 것을, 미련으로 남은 애착의 짐도 훌훌 이제 내려놓을 때인 것을 몰랐다 너를 떠나보내면서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창동 불종거리를 배회하다 조촐한 버들 국숫집을 자주 찾았으며 예술촌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양보 없는 토론으로 서로 얼굴 붉히기도 다반사였는데 이렇게 추억의 뒤안길이 될 줄이야 종일 추적이는 비와 함께 홀로 왔다가 외롭게 홀로 가는 순번 없는 그 길이지만, 둥지 잃은 뻐꾸기처럼 먼 후일, 내일 같아서 너무너무 슬프다 잘 가시라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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