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編(( 시마을)濛雨21 홀씨 된 애증의 억새는( 校訂1) 홀씨 된 애증의 억새는 / 淸草배창호 혼연한 저물녘, 어스름 틈새에 끼인 목 쉰 바람이 사색에 머문다 다가올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고단한 세상사를 닮아서 하얗게 머리가 쉰 줄도 몰랐다 어제의 강물이 없듯이 시절 인연이 다하면 기약 없는 깊은 묵상에 들 테지만. 소슬바람에도 가냘픈 흐느낌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산자락 묵정밭이나 방천 둑에도 변주곡이 되었다 격변의 세월 동안 억새는 비바람 맞아가며 버텨낸 있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건만 지금, 이 순간도 기약 없는 내일이 하염없이 이어지는 허허로움을 말해주는 홀씨 된 애증이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2021. 11. 9. 그날 그날 / 淸草배창호 푸르게 퍼진 하늘이 아름답다는 건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와 서성인다는 것, 유난히도 불볕더위에 시달린 한 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날이 밉게도 주춤거리며 쉬이 떨쳐버리지 못하는 열정이 남아도는 까닭은 무지개 꿈을 이룬 눈부시게 환하고 아름다운 그런 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통도 세상의 이치이기에 감내해야 할 내 몫을 아낌없이 은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의 열병이었노라고! 하늘 아래 같은 꿈, 살아가는 흔적에 더는 외롭지 않은 아련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늘 오늘이 있어 행복해하는 여로에 더 할 수 없는 그윽한 사랑의 환희를 곁에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2020. 6. 13. 곳간의 공허(推敲) 곳간의 공허 / 淸草배창호 난해한 행간을 더듬다 신열을 앓아 금 간 틈새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한 술, 행여 건질 수 있을까 싶어 기우뚱거려도 가슴과 머리가 따로 놀아 시류詩流의 멍에에 골 살만 앓고 있다 모난 말들이 터를 잡기까지 회색빛 일색이고 분별조차 쳇바퀴에 길든 한통속, 한여름 햇살에 잘 달구어진 구릿빛으로 아람일 듯 여문 조합의 잉태는 아직도 감감하니 빛바랜 세월만 너절하게 깔려있어 이 아니 슬프다 하지 않으리.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시를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시를 쓰라 하는 지인의 시구詩句가 정답일지 모른다 나는 오늘도 줍고 있다 허공중에 널브러진 편린片鱗을 2020. 6. 1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