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초의향기/산문의 房

로드킬의 몽실이

by 淸草배창호 2024. 10. 2.

로드킬의 몽실이 / 淸草배창호

사랑하는 “소리”야!
네 있어 한없이 행복했지만, 
이제는 너와의 슬픈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하는 "소리"야 안녕!

이렇게 안녕을 고한 유기견이었지만
정이란 무엇인지 참으로 이별이 힘들어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기로 하였다

우선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경남 진주의 
집현산 (높이 : 572m)]
진주시 관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572m이며, 
시민들의 등산로로 애용되는 곳이다. 도보로 4시간 정도 걸린다.

집에서 2k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응석사
신라 24대 진흥왕 15년(554)에 창건한 사찰로 
무학, 뇌옹, 지공 대사 등이 거쳐 갔으며 
상량문에는 조선 건융원년(1736년)에 상량했고, 광무 3년(1899)에 중수한 기록이 있다

신라 고찰과 등산로가 잘 정비된 산의 아랫마을 정평리에서
생활의 터전을 잡은지 50여년,
전형적인 산촌이며 마을버스는 5회 운행하지만
집집마다 차가 있으니 주거에는 큰 어려움이 없는 
차편의 왕래가 조금 빈번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소리가 죽고 난 후,
반려의 동물은 키우지 않지만
시골에는 야성의 들고양이가 마을마다 많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고양이 먹이 주는 일을 우연히 하게 되었다
고양이 중에도 따돌림을 당하는 고양이가 불쌍해

각별히 그 애를 보살피기 시작하니
먹이 먹으려고 10여 마리가 아침저녁으로 기다리고 있다
사료 구입을 위해 쿠팡에 가입하여 매월 20k, 주문하여 먹이를 주고 있다

80년대 이전까지는
33번 국도에서 응석사까지 4k 비포장길이었으나
80년대부터 아스팔트 포장길이 되고부터
로드킬이 잦아지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이상이 있었는지
유독 겁이 많고 소심하여 안쓰러울 정도로 고양이 세계에서
비정상적이라 집을 만들어 곁에 두기를 작정하고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정성을 쏟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경계하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손 타기부터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반쯤의 집고양이로 변했어도
근본은 바뀌지 않은
들고양이 본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새끼를 낳을 때, 
어디에서 기거하는지 도무지 행방이 묘연하였다
첫 배에 새끼 다섯 마리 낳았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죽었다

그 후, 
오랫동안 새끼를 가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다시 배가 부르기 시작하여
올봄에 새끼 4마리를 낳아 한 마리는 사산하였고
3마리는 잘 자라는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새끼 세마리를 물고 방으로 들어와 있기에 
얼마나 기겁하였는지 모르겠다

봄에 새끼를 낳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우리 집으로 물고 들어온 아이들이었으니 난감하면서도
집사람을 설득해 박스 집을 만들고 포근한 이부자리를 깔아주었다 

얼마 동안 그렇게 새끼들을 잘 건사하였는데
열흘쯤 지나고서
새끼들만 남겨두고 홀연히 집을 나가버렸으니
어미 젖 대신 사료를 주었더니 다행히도 잘 먹었다
어미가 사라지고 난 후, 
한 아이가 사료도 잘 안 먹고 물도 마시지 않아 
고양이 분유를 사 와서 먹이려 하였으나 
일체 먹는 것을 거부하여 결국 죽고 말았다

한 아이가  죽기전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귀에 익어
소리 나는 곳으로 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미가 사력을 다해 죽음 직전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을 앓아 아이들을 맡기고 사라진 것을 직감하게 되었고
남은 애들 염려하지 말라는 마음을 전했다
지금껏 산촌에 살면서 자연사하는
고양이의 사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어미도 어느 곳에서 죽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두 아이는 집고양이로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으며
오빠는 몽실이라는 이름을,
동생은 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번식기에 다 닳은 고양이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우선 동생 봄이부터 중성화를 시켜야 하기에
일주일 전에 수술하였다

그리고 어제 오빠 몽실이도 수술을 마쳤는데,
오늘 저녁 무렵에 집 앞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고서 이 세상과 작별을 하였다

집사람과 각별한 정을 이어온 아이였는데
가슴이 너무 쓰라리고 아프다
몽실이를 집 앞 텃밭 옆에 묻어주고 있는데
봄이가 왔다

봄이야 오빠는,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청초의향기 > 산문의 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문散文 /이슬 향기  (2) 2024.05.24
글꽃을 피우는 인연因緣  (6) 2024.01.28
tistory.com에서  (0) 2022.09.23
詩作을 하면서  (0) 2019.05.30
아듀!  (0) 201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