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연暗然(推敲) /淸草배창호
빛조차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깨우는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진상들이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난파선이 썰물에 떠밀려
사상누각인 줄도 모르고 알박기하였으니
카톡의 알람처럼 쏟아지는 갈라치기는
방관과 묵인으로 저잣거리에서
술에 절어 헛 몸으로 늙어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둘러 가야 할 집이 없어
귀로에 나앉은 강둑의 허기진 모습들이
밤과 낮을 뒤집어 입고 다니는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먹물을 뒤집어쓴 벽 앞에서
분에 넘치는 불야성不夜城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끊임없이, 애당초 어그러진 바탕을 어이하랴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데도
지평의 군상群像은 일없다는 듯 통속을 일군다
Sergey Grischuk - My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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