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리 / 淸草 배창호
가시덤불 뒤엉킨 산자락에
유독 눈에 띄는 홍일점,
가녀린 긴 목선이 슬퍼도 보이련만
녹의 단장으로 펼친 물오른 절정이
감각의 시공으로 융단처럼 펼쳐진다
제목 없는, 무명의 바람이 이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유로움인데
무등탄 시절의 인연이라 하니
주근깨 수놓은 네 함박웃음은
낮달로 음각된 단아한 박제로 멈추었다
한여름 땡볕을 이고 온 네,
넘치지 않고 곁 지기로 와닿는
얼마나 속물적인 것이 본능적인지,
숲의 정취가 한껏 득음으로 산야를 덮어
팔등신의 하느적 네 춤사위
내 생애 운명 같은 임을 만났으니
Franck Pourcel - TBilitis의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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