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 된 억새는 / 淸草배창호
어스름 깔린 혼연한 저물녘,
목쉰 바람이 사색에 머물 때
다가올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고단한 세상사에 길든 대궁이
하얗게 머리가 쉰 줄도 몰랐다
어제의 강물이 없듯이 시절 인연이 다하면
기약 없는 깊은 묵상에 들 테지만.
소슬바람에도
가냘픈 흐느낌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산자락 묵정밭이랑
방천 둑에도 선율의 변주곡이 되었다
호시절도 있었지만, 격변의 세월 동안
비바람 맞아가며 버텨낸 있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는데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상강霜降을 닮아
시린 옆구리 더욱 아릴 테지만,
가을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약 없는 허허로움을 어찌하랴,
홀씨 된 사랑과 미움이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는 억새의 그리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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