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 淸草배창호
산허리를 감고 있던 안개가 걷히고
뽀얗게 지나간 자리마다 고운 빛깔로
가려둔 속뜰을 꽃피우듯
나를 흔들려고 하는 만추晩秋,
무슨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소리만큼이나
깊은 무게가 낯설지만, 세월이란
낯익은 장면에 섞여 살냄새 나는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날 출렁이는 그 밤도
때가 되면 버릴 줄 알아야 하는데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
기억에서 먼 언저리로 옮겨 놓는다는 것,
저물어가는 가을 晩秋에 내리는 이 비는
떠나보내야만 하는 서정적인 너였기에
벌판을 쓸고 온 무정한 바람에 얹혀
남아 있는 눈물墮淚로 허기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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