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歲寒 / 淸草배창호
제철 만난 삼동三冬의 포효에 꺾여
고개 떨군 뒤안길의 봉창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는 애당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지근거리를 둔 세밑의 한기를 막아 줄
곁이 없다는 것이 서러운데
당근만을 일삼은 미소 뒤에 교만이
바람막이 없는 민둥산을 일삼아도
엄동이 감당해야 할 파고의 정점인데
이상 기류에 놀아난 빛살들이 과녁을 향해
낯설지만 흐름에 한통속이 되어
흰 눈이 덮었다가
또 비가 추적대고
벌판을 쓸고 온 조각난 바람처럼
남아 있는 허기를 채우는지 모르겠다
타다 남은 등걸 불도 이내 사윌 테지만
고난의 모든 것이 한 철인데
이제 두고 볼 날들이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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