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 淸草배창호
가슴 한켠에 눌러앉은 그리움이
왈칵 쏟아지는 이맘때면
처연하게 곱게 빚은 가을 산
시절 인연의 걸작이거늘
여과 없이 환한 낯꽃처럼 타올랐어도
산이 발갛게 불붙은 일조차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아름다운 것일수록 머무름이 짧아
바람이 불면 어 이하리야
눈물비 내리면 어 이하리야
허공중에 매달린 한 잎마저
잊히는 것이 너무 슬픈데,
외곬 울림이 닿으려면야
강 너머 바다가 지척이건만
바람벽에 음각된 닳지 못하는
이내 빈 가슴 어 이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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