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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의향기/겨울의 詩編

산방山房의 겨울꽃 / 3- 09

by 淸草배창호 2023. 11. 26.

 

산방山房의 겨울꽃 / 淸草배창호


땅거미 이슥해 온통 벼린 먹빛이다
날 선 엄동嚴冬 바람에 귓불이 시리고
텅 빈 고요는 무겁게 가라앉아
골바람에 기울어진 얼의 꼴이라 하여도
겨우내 뒤안길이 멀기만 한데,
수간樹幹마다 뼛속들이 헤집고 다닙니다

각을 세운 솔잎이 못내 옹이가 된 
서리꽃으로 고독한 방랑의 속 뜰을 겨눈 체
꿰매지 못한 시린 적막寂寞한 밤이
어디 수삼일 뿐일까마는
속마저 비운 저 대나무는 여백조차
여운으로 남기는 외곬의 진수眞髓입니다

호젓한 대숲에 걸린 눈썹달이 
환한 복사꽃 되려면야
온갖 소유에서 벗어나
어쩌다 얽힌 그리움도 잠시 한때라 해도
회한의 날밤으로 줄달음질하는 한기에
업보의 인연조차 얼어붙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얼꼴= 얼굴의 방언(국어사넞 신조어)
명상음악- 산에 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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