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淸草배창호 / 3- 02
현애懸崖로 빚은 가을의 허파 속까지
맑게 들키는 산국山菊의 군무가
해 질 녘, 어스름 길 들고 보니
소슬바람은 어쩌자고
꿈에라도 그리운 그윽한 네 향기
상강霜降의 서리꽃을 뒤집어쓴
한철만의 뒤엉킨 그리움마저
낯익은 은유로 변한 산기슭,
끝없이 쳇바퀴로 너에게 가는 동안
남모르게 격조格調를 다 하는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야 한데도
이내 눈시울 붉힐 석별을 어쩌랴,
소로소로 예감이나 한 듯 비명이 쏟아지는
창백한 빙점氷點으로 길들여 가는 뒷모습은
고적孤寂으로 묻힐지라도 서럽지 않겠네
바람서리의 고조高調가 만추晩秋인 것을
Claude Valade - Viens T'etendre Au Creux De Mes Bras
"소로소로=부사, 슬슬 ‘살살’의 옛말"
"山菊=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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