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풍애(吹雪) / 淸草배창호
산등성에 연무가 피듯이 눈보라가
대궁으로 남은 구절초꽃 머리에
푸슬푸슬 싸락눈처럼
밤새 하얗게 내려앉아 솜 꽃을 피웠다
혼돈으로 늘어놓은 미혹迷惑을 삼키듯이
잿빛 세상을 하얗게 덮었건만
때 묻지 않은 동화 같은 설국雪國이
왜 이다지도 낯설어 보이는 걸까,
모난 돌멩이가 발에 차이는
헤아릴 수 없는 곡절이 까닭 없이 깊어서
왠지 모를 울컥한 멍울 하나가
목젖에 가시처럼 걸렸다
겨우살이가 혹독한 건 새삼 오늘만이 아니건만
접지 못한그리움 된 눈풍애,
까치밥 남겨 둔 가지에 매달린 홍시 하나
시리도록 초연한 이 아름다움을
눈풍애- 눈보라.바람에 휘몰아쳐 날리는 눈.취설(吹雪).
Patrick Juvet - La tristesse de Laura(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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