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 淸草배창호
갈 숲이 소리를 내지를 때면
절간 와당에 새겨진 온화한 미소처럼
후덕한 잎사귀는 저문 가을비에
한 치 앞을 내다봤을까
자신만의 달달한 색깔을 갖고
눈이 시려 손짓하고 있을 때
권력의 뒤뜰에 불타는 연옥燃獄처럼
버리는 것에 익숙한
가을은 이미 저만치 떠나고 있었지만
만추晩秋 볕에 홍시 되어 달랑이는
기막힌 빛깔의 조화, 저 풍경처럼
호젓한 갈밭길 접어든 시류時流에
동짓달을 눈앞에 둔 만산홍엽도
솔바람일 때마다
가랑잎으로 나뒹굴었고
탈고하듯 앙상한 빈 가지에 운치 하나,
서정抒情 잊는 시구詩句만 수런대니
옛적 그리움 고적한 뒤안길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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