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模糊) / 배창호
하늘이 파란 줄 만 알았는데
노랗고 억장 무너지게 까맣기도 하다
낮달이 백주에 아무렇지도 않게
휘 젖고 다니고 별별 회색빛깔이
어수선한 세상에 물 만난 낯빛으로
귀엣 말만 주고받으며
하늘 높은 줄 몰라라하니
꺼벙한 눈알만 굴릴 뿐이다.
화두보다 어려운 시말이
천층만층이라 서설이 퍼렇다.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겠으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은 있기에
만인이 우러러보며 아! 이런 게야
새어나오는 탄사는 어디로 갔을까?
좋은 글을 만나면 찡한 가슴울림으로
바르르 떨림의 소름이 돋아 절로 고갤 숙인다.
단문의 기록을 남겼다
후일 타산지석의 거울삼아 꽃을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