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 淸草배창호
잠이 덜 깬 전신주,
희멀건 수은 등이 연신 하품을 해대며
게슴츠레 빛조차 잃어간다
회색빛에 먹물 한 방울 찢트려
얼룩진 도시의 안개가 스멀스멀
뒤꽁무니 내뺄 때 풍상에 절여
후줄근해진 골목길이 꺾이고 패이고,
적나라하게 각진 세상을 연출한다
하늘만큼 솟아 달동네라 불리지만
비집고 들어온 빛살만큼이나
꺼질 줄 모르는 삶의 불씨인데
일상의 고단함이야 반복으로 여닫지만
져버리지 아니한 여명의 햇살은
굴곡의 여정을 차마 동구 밖
당산나무처럼 믿음을 외면치 않았다
변해야 산다는 풍진세상에
빛과 그림자 속에서 그저 꿈의 잔영처럼
옛것의 공존이 당연한데도
쉬이 물들어가는 오늘의 흐름이
이기적인 소통의 단절이 층층의 퇴적으로 쌓여
터진 물꼬처럼 잃어가는 마음이 아프다
골목길,
향수는 예나 지금이나 아련한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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