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 / 배창호
하늘 치솟은 머리
꼭 누굴 닮아,
초록의 얼굴엔 눈이 부신데
아이야!
내리쬐는 햇살에도 도무지 겁이 없어라,
억척스런 붙임성이런가
쪽빛 하늘 향한 도도한 몸짓이
정가롭다 하기엔 안쓰럽기만 한데도
게의 치 아니한 사념들이
지난 날, 지지리도 가난했던
보릿고개,
네 허물도 아니건만
배 곪음에 질겅질겅 씹어 먹던
하얀 속적삼 겹겹이 두른 꽃잎에
숨어 우는 노란 꽃술의
찔레꽃 애환을 보니
왜 눈물이 날까..
아이야!
오뉴월 하루 볕이 무섭긴 무섭다
청록의 빛은 오가는데 없고
유월이 미끄러지듯 널 거두어가니
감자 꽃만 덩그러니
청보리 이랑에
올망졸망 새끼 쳐 남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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