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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인지 눈물인지

淸草배창호 2012. 7. 16. 23:51

 

 

빗물인지 눈물인지 / 배창호

 

여름비 천둥을 몰고 와

후두둑후두둑,

목메게 애원하는 절절한 호소에

뒤꼍 대숲이 방울처럼 어려 있는

빗물에 처연히 고갤 떨군다

 

은하의 분출이 범람으로 찰랑대니

참고 참았던 긴 속내의 한을

아낌없이 토설하고 칠흑 같은 밤을

찰 지게도 빚어서 동공에 비친 먹빛이

하얗다 못해 암울하기만 한데도

그저 하염없는 빗줄기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난다

 

살다 보면 복병의 재앙 같은

이유도 알 수 없고 풀어 맞출 수 없는 퍼즐처럼

기이한 사연들이 속속들이 아픔으로 도래해

반추反芻하는 과거처럼 설움에 복받쳐 오열을 삼킨다

 

안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진정마저 통째로 잃어버린 오늘에서

직진이고,

후진이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게 말한다 하여도 이미 편견으로 굳어버린

빗금을 이미 쭉 그어 놓았는데,

 

말은 가지런해야 하고

글은 쉬어 가라 헸는데

시도 때도 없이 한사코 외면할 수 없는

이내 마음 차마 어이하리야

어리숭한 짓거리가 낭패를 샀고

그늘지는 허허로움 달랠 수도 없는데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바람은 아무나 날 수 없고 날려 보낼 수도 없건만

감 잎사귀에도 떡갈나무 잎에도

진종일 후두둑 쉴 새 없이 두들기고 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