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의향기/산문의 房

무아無我의 행복

淸草배창호 2012. 4. 21. 22:43

 

 

 

무아無我의 행복 / 배창호

 

해가 중천에 솟았다 싶을 때
눈을 꼭 감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 발자국씩 띄어보아라
두 시진쯤이면 정오에 와 닿겠지!
조금은 설익은 햇살이지만
타는 듯, 춤추는 주홍 빛살의 섬광 무늬는
질끈 감긴 눈두덩조차 여과 없이 전해오는
몽롱한 의식의 전율이 오묘하게 전신을 유영하고 있다.

 

윤회처럼 굴러가는 사계四季의 만상이 각각 다르듯이
봄이 시나브로
볕의 품은 이때쯤이면 익숙해져
봄눈처럼 아리따워 나를 젖게 하였다.


하늘을 쳐다보며 두 눈을 꼭 감은 채
발자국을 내디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한 걸음씩 가만 내디뎌 보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순 짧은 경지의 몰입이지만
삼라만상森羅萬象 안에
환하게 치장한 또 하나의 홍시처럼 잘 익은 결 고운 빛살이
고향의 울림처럼 언제나 그리움의 품속 같고
열정을 불사르게 하는 내 여인의 젖무덤 같아서
파문처럼 잔잔히 번지는 미소로 관조의 삶을 핥아본다.

 

쪽빛처럼 청청한 하늘 낯을 바라볼 때이면
사심 없는 빈 마음이 되어서
눈을 꼭 감고 아장걸음을 찬찬히 띄어보라
삶에 있어.
이제껏 체감하지 못한 또 한 신비로움에
무아경無我境이 딱 이럴 것이라고


한 번쯤,
생의 의미를 깨어나게 하는 내 안의 의식이
초록의 잎사귀처럼 차츰 짙어져 갈 것이며
살다 보니
하늘을 우러러보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