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의향기/사색의 詩房

돛帆과 바람 / 3- 69

淸草배창호 2024. 12. 16. 18:30

돛帆과 바람 / 淸草배창호

한 줌 볕이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보채고 달랜다고 될 일도 아닌데
찰지게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엄동이
오슬오슬 오한이 들었다

온통 하얗게 성곽을 이룬 서리의 콧대를
지르밟는 아침의 소리,
훨훨 벗어버린 나목이야
소름 돋는 신세를 면치 못했어도
산 꼭지에 내민 오름 볕이
날 선 고드름조차 다독인다

행간마다 번지르르한 호시탐탐
염치조차 깡그리 뭉갠 냉소의 잔상이지만,
어느 하나에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
시방이 있기까지 파란만장한 포물선을 그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영원한 반려는 없다 하는데도
허황한 한낱 꿈에 불과한 탐욕에 빠져
모든 걸 잃고 만다는 걸 왜 몰랐든가
천금 같은 오늘도 내일이면 가고 없는 것
바람이 야속하다는 돛의 푸념이

관현악 협주곡 - 해가 지는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