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草배창호 2014. 10. 23. 16:13

상강霜降의 이맘때면
거리의 가로수도 스산하기 짝이 없다.

 

입동을 눈앞에 두었기에 갈바람 두서없이 달랑거리는 푸라타나스 잎을
매몰차게 아스팔트위를 동동 구르게 한다.

 

바람이 하는 일이라 뭐라 이유 달 순 없어도
왠지 미련이 남아 있는 적요한 그리움의 애환 같다.

 

성하의 여름내 뜨겁게 달구었던 아스팔트에 녹음의 베풂을
내밀하게 전하곤 하였는데
이내 앙상한 나목되어 황량한 도심속으로 갈수록 변해 가겠지만,
딸그락, 구르는 네 모습에 일순 사색에 젖어본다

 

세륜의 자국에 밀려서 생을 소진하는 만상의 흔적일 뿐인데
허허롭고 애잔한 마음이 앞선다.

 

도심을 질주하는 차량의 행열에 이리저리 부대끼어 날리는
연초 같은 한 닢의 낙엽일 뿐인데
가을비에 어깨죽지 적시듯이 사색에 젖게끔 한 낙엽!
만추라는 낭만의 이 계절에
누구에겐 삶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낡은 몽당 대비자루로 정성스레 쓸어담는 미화원 아주머니를 대하고 보니
묘한 그림이 대치될 뿐인데도

낙엽!
시몽의 싯귀를 우물우물 삼켜보면서..